과도한 야간조명 식물에 ‘공해’
과도한 야간조명 식물에 ‘공해’
김충국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농업연구관 농학박사
이현미·전소연 기자 green2@hkbs.co.kr
나팔꽃은 보름달에도 개화 늦어
작물에 피해없는 광원 개발해야
피해 적은 품종 선택이 대안
야간조명은 어두운 길을 밝혀주고 항공기나 차량의 운행이 원활하도록 돕지만 인근에 재배되는 식물의 생장에는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조명을 없앨 수도 없고 식물을 재배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대책이 있을까.
오랫동안 야간조명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연구해온 김충국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박사는 “식물의 특성을 고려한 품종 선택이 그 대안”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편집자 주>
Q. 그동안 연구한 식물은 어떤 종류이며 램프의 조도와 종류에 따라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지난 여러 해 동안 벼, 콩, 들깨 등의 식물이 야간 조명에 노출됐을 때 생기는 생태변화를 연구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도 종류에 따라 각자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조명의 종류나 조도에 따라 식물들이 보이는 반응 또한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야간 조명에 노출됐을 경우 치명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시금치다. 시금치는 보름달의 두 배 밝기인 0.7Lux에서도 반응을 보인다. 나팔꽃은 보름달 밝기에서 조차 개화가 지연되기도 한다.
Q. 일반도로의 가로등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도로의 가로등을 보면 대부분이 나트륨 등이며 가로등 바로 밑 지상부의 1m 높이에서의 조도는 30~50Lux 정도이다. 농작물이 가로등에서 10m 떨어져 있다고 가정하면 농작물이 재배되는 논과 밭의 불빛이 밝은 곳은 6~10Lux 정도이다. 6~10Lux의 밝기에서 벼는 8~16%의 수량이 감소되며 콩은 13~43%, 들깨는 89~98%의 수량이 감소될 수 있다. 들깨 정도 되면 농사를 짓는 의미가 없어진다.
Q. 식물이 야간조명에 적응할 수도 있는가 -식물이 살아남기 위해 주변 환경조건에 적응할 수는 있겠지만 야간조명에 적응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야간조명이 있는 상태에서 식물이 심겨졌거나 식물이 재배되고 있는 상황에 야간조명이 들어섰거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 |
▲김충국 농촌진흥청 박사는 지난 몇년 간 야간 조명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연구해 왔다. 김충국 박사는 빛 공해 피해가 적은 품종 선택이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
Q. 환경스트레스 중 식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트레스는 어떤 것인가
-빛 열 온도 모두 작물의 생육에 중요한 요인이고 각각 작물의 종류에 따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스트레스를 준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 작물은 고온작물과 저온작물, 음지작물과 양지작물, 벼ㆍ콩과 같은 단일작물과 보리ㆍ밀과 같은 장일작물 등이 있기 때문에 작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옥수수는 고온성 작물이기 때문에 50~60℃에서도 생장이 가능하지만 북방형 목초나 보리, 밀과 같은 월동작물은 30~40℃ 이상에서는 생육이 정지되거나 말라죽게 된다.
Q. 최근 빛 공해에 관한 연구와 언론의 보도가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만큼의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는 전 지역에서 모든 작물에 광범하게 반응을 보이지만 야간 불빛은 일부지역에서 일부작물에 국한해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경우 빛에 의한 피해가 발생해도 농사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빛에 의한 피해인지 알기 어렵다.
빛 공해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작물원에서만 여러 해 동안 주도적으로 연구해 왔다. 벼, 콩, 들깨 등의 농작물에 대해서는 피해사례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연구가 더 지속되지 않았다. 부서가 동일해야 기존의 결과를 더 발전시켜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데 공무원의 근무체계가 그럴 수 없게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많은 연구들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Q. 박사님께서 과거 연구했던 부분 중 후진들이 계속 이어서 연구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먼저 작물에 피해가 없는 광원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또 불빛에 강한 품종을 만드는 연구와 개화에 관련된 호르몬의 본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명기와 암기에 의해서 일어나는 식물체의 생리적 또는 생화학적 변화를 밝혀 일장효과의 기구를 해명하는 연구도 계속 수행되기를 바란다. 연구자가 없어서 아직 접근을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아울러 발광다이오드(LED), 탄소나노튜브(CNT), 초고주파광원시스템(PLS) 등이 몇 년 후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연구도 수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등의 외국에서는 이런 분야에 대해 많이 연구해 왔다.
Q. 야간 불빛에 의한 농작물 피해에 대책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가능하면 고추 토마토 가지 당근 강낭콩 메밀 등 중일작물과 잎을 먹는 잎 들깨 등과 같이 피해가 적은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금산에 가면 추부면이 있는데 잎 들깨를 재배하느라 야간에도 항상 불을 켜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할 수 없이 벼를 심어야 한다면 조명등의 불빛 방향을 작물의 반대쪽으로 향하게 하거나 각도조절 및 등에 갓을 씌워 작물에 빛을 적게 쪼이게 해야 한다. 벼는 야간조명의 피해를 일으키는 수준(5Lux) 이하로 조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출수 전 7~40일경(6월 하순~8월 중순)에 피해가 크므로 이 시기에 불을 끄거나 야간 조도를 낮추고, 만생종 보다는 조생종을 재배하며 가급적 빛에 둔감한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
수원에서는 격등을 한 사례가 있었다. 빛의 세기를 낮추기 위해 조명을 하나 건너 하나씩 켜는 것이다. 단일성인 콩의 경우는 꽃이 피기 바로 전인 화아분화기에 피해가 크기 때문에 불을 끄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현미·전소연기자>
『자료문의 : 031) 290-6774,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환경과 농업연구관 김충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