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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밝아졌는데 전기료는 뚝 '녹색 가로등' 개척

강소농 등대 2009. 3. 4. 20:02
더 밝아졌는데 전기료는 뚝 '녹색 가로등' 개척
 
친환경 가로등 '코스모폴리스' 생산 필립스 가로등용 고효율 전등 개발에너지 소비 절반 가까이 줄어거리 밝아져 범죄율도 떨어져
 
영국 런던 동부에 위치한 레드브리지(Redbridge) 자치구의 거리가 달라졌다. 지난 2005년부터 매년 25만파운드(한화 약 5억5000만원)를 들여 나트륨 가로등 2만개를 고효율 도로조명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기 때문. 가로등 효율이 높아지면서 50%가량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나트륨 등 특유의 노란색 빛이 백색으로 바뀌어 사물 식별력이 높아져 범죄와 교통사고 발생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세계 1위 조명회사인 필립스의 고효율 가로등 '코스모폴리스(CosmoPolis)' 덕분이다.

에너지 줄이는 친환경 가로등

코스모폴리스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조명 붐의 선두주자다. 나트륨등처럼 양쪽 전극에서 전류를 흘려 번개와 같은 빛을 발생시키고 이 빛이 유리관 내부에 있는 특수 금속과 부딪히면서 백색광을 낸다. 필립스는 유리관 내부에 들어가는 금속들의 배합을 최적화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켰다. 광효율이 1w(와트, 전력단위)당 120㏐(루멘, 밝기단위)에 이른다. 기존의 수은등(50㏐/w)이나 나트륨램프(90㏐/w), 세라믹 메탈램프 (95㏐/w) 등과 비교하면 훨씬 전기를 덜 쓴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맹독성 물질인 수은이나 납 성분이 없어 국제적인 환경 규제에도 부합한다.

독일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페히타 시도 최근 가로등을 수은등에서 코스모폴리스로 바꿨다. 그 결과 빛의 밝기가 2배 가까이 높아진 반면, 가로등 하나당 소요되는 에너지는 절반으로 줄었다. 덕분에 가로등이 설치된 1㎞당 연간 1256유로(약 25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가로등 하나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도 연간 100㎏가량 절감하고 있다.
▲ 영국 레드브리지 자치구의 거리는 나트륨 가로등이 있던 때는 사물이 잘 식별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으나(왼쪽) 필립스의 친환경 코스모폴리스 가로등으로 바뀐 뒤엔 훨씬 밝아져 범죄 발생률도 줄었다(오른쪽)./필립스 제공
전 세계가 친환경 조명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 절감 효과 덕분이다.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율은 19%에 이른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조명을 사용하면 전기를 덜 쓰고 그만큼 발전용 화석연료 소비가 줄며,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 발생도 억제할 수 있다.

특히 약 3500만개에 달하는 유럽의 오래된 가로등들은 필요한 전기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립스에 따르면 오래된 가로등을 고효율 가로등으로 바꾸면 도로 조명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대 65%까지 줄여 연간 120억유로(약 23조7500억원)를 절감할 수 있다.

가로등엔 LED보다 더 효율적

사실 차세대 조명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LED(발광다이오드)다. 빛을 내는 반도체를 이용한 LED는 백열전구에 비해 효율이 10배나 좋고 수명도 16배나 길다. 정부가 녹색성장의 첫 단추로 공공부문의 백열전구를 모두 LED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필립스 역시 다양한 LED 조명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필립스는 가로등에는 LED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직까진 빛의 퍼짐이 약해 좁은 도로의 보안등으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자동차도로나 고속도로에서는 충분한 빛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1990년대부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세대 실외조명을 개발하기 시작해 2005년 코스모폴리스를 선보였다.

개발비만 약 2000만 유로(400억원)가 들어갔다. 나트륨등은 도로 밖까지 비추고 세라믹메탈램프는 일부만 비췄지만, 코스모폴리스는 정확하게 도로 폭에 맞게 빛을 비춰 조명 효율이 훨씬 높아졌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특히 고압나트륨 가로등은 설치 간격을 39m(9m 높이 기준) 정도로 유지해야 하지만 코스모폴리스는 44m까지 늘릴 수 있어 가로등 사용 수량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현재 전 세계에 코스모폴리스 약 25만기가 설치돼 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안양시가 경수산업도로 호평지하차도 부근에 140w급 코스모폴리스 가로등 1300기를 설치, 운영 중이다. 아시아 최초로 코스모폴리스를 도입한 안양시는 가로등을 교체한 후 기존 250w 고압나트륨 가로등을 사용할 때보다 월 평균 40%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한다. 과천시도 최근 정부종합청사 부근 중앙로에 설치된 가로등 250기의 250w급 나트륨 조명을 140w급 코스모폴리스로 교체했다.

코스모폴리스의 성공에 힘입어 필립스 조명사업부의 매출은 2006년 54억6000만유로(10조8000억원)에서 2008년 71억유로(14조원)로 성장했다. 지난해 필립스 친환경 조명기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29억7000만유로(5조8800억원)를 기록했다.

“필립스 조명의 53%가 친환경 제품”

●필립스 기후변화담당 수석부사장 해리 바하
기후변화담당 수석부사장은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친환경제품이 전체 조명 제품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필립스 조명사업부는 필립스의 지속가능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필립스 전체 매출 중 친환경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25%로 증가했다.

그는 "유럽의 최근 거리풍경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 조명품질이 확연히 달라져 안전성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경제 침체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친환경 조명기기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바하 부사장은 "에너지 절감형 조명기기로 바꾸는 비율이 도로조명은 연 3%, 사무실조명은 연 7%로 당면한 기후 변화 위기를 고려해봤을 때 터무니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는 LED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기존의 조명기기 관련 기술들을 혼합해 최적의 친환경 조명을 제공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차세대 조명인 LED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바하 부사장은 밝혔다. 필립스는 최근 반도체 분야를 매각하는 대신 2005년부터 루미레즈(Lumileds)·컬러키네틱스(Color Kinetics)·PLI(Partners in Lighting International)·젠라이트(Genlyte) 등 LED 전문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LED 관련 모든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LED 토털 솔루션 제공업체로서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