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기술/녹비작물

저탄소 녹색 생명산업을 이끌 녹비작물

강소농 등대 2010. 9. 30. 08:47

저탄소 녹색 생명산업을 이끌 녹비작물

농촌진흥청 작물환경과 농업연구관 김충국


식량이 부족하여 보릿고개라는 굶주림으로 배고픔의 시절을 겪었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쌀이 남아 골칫덩이가 되어 쌀 소비를 고민해야 하는 즐거운 후유증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건강 식품과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면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친환경 농업기술의 수요가 최근 들어 나날이 증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선진 농업기술의 보급 확산에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소비자들이 친환경농산물, 안전한 먹거리를 우선적으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저농약농산물을 합하여 친환경농산물이라 일컫는데 우리나라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2.2%(‘09)를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중 유기농산물의 연 평균 증가율(1999년부터 2009년까지)은 36.4%로 급증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의 각도별 생산량(‘09)은 전국 생산량(10만 9천톤)의 15.1%가 전북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강원도가 13.4%, 전남이 13.0%, 충남이 12.3%를 차지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이란 화학비료와 유기합성농약을 전혀 사용치 않고 생산한 농산물을 말하는데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여러 가지의 방법 중에서 친환경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녹비작물을 재배하여 이용하는 방법이다.

녹비작물은 겨울철에 아무 것도 재배하지 않고 노는 농경지에 재배하여 이듬해 봄에 토양에 환원함으로써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후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다.

여기에는 헤어리베치, 자운영, 클로버, 녹비보리 등 여러 작물이 있는데 헤어리베치가 비료 공급의 효과가 가장 크며,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재배가 가능하여 친환경농업에 유리한 녹비작물이다.

헤어리베치는 콩과식물로서 뿌리에 있는 근류균이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토양 속으로 공급해 주는 기능과 토양개량, 미생물 번식 증가, 토양수분의 조절, 잡초 발생의 억제, 토양 침식 경감, 대기정화 등 여러 가지 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헤어리베치와 자운영을 재배함으로써 이산화탄소를 ha당 각각 7.3톤, 6.6톤을 흡수시키는 등 녹비작물은 이산화탄소 고정 효과가 커서 638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 화학비료 대체효과도 383억원(’09)이나 된다. 또한 헤어리베치를 넣고 벼농사를 지으면 토양구조를 입단화시켜 수분의 보유력을 높여준다.

녹비작물을 이용한 농사기술은 이미 15년 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해 놓았지만 그 당시는 쌀 등 식량이 부족하다 보니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쌀이 남아돌면서 경제적인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건강식품, 친환경 농산물을 선호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상승되어 녹비작물을 이용한 기술의 확산이 가속화 되고 있다.

겨울철 노는 논에는 대전 이남 지역의 경우 헤어리베치와 자운영을 재배하고, 대전 이북 지역의 경우는 헤어리베치를 재배하여 토양에 넣어 준 후 벼농사를 지으면 화학비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밭에는 헤어리베치와 클로버를 재배하여 토양에 넣어주고 잡곡 등 밭곡식을 생산하면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사과, 배, 포도 등 과원에는 헤어리베치와 클로버를 이용하여 초생재배를 하면 화학비료 절감은 물론 잡초발생 억제와 토양 유실을 경감시킬 수 있어 친환경적인 과일 생산이 가능하다.

또한 논과 밭 토양의 비옥한 정도에 따라 녹비작물을 선택하여 재배하는 것도 지력증진을 위한 친환경적인 방법이다. 양분함량은 많으나 유기물이 적은 토양은 녹비보리 등 벼과녹비작물을 재배하여 이용하고, 양분함량은 적지만 유기물이 많은 토양은 헤어리베치 등 콩과녹비작물을, 양분유실이 많은 사질 토양은 벼과녹비작물과 콩과녹비작물을 섞어서 재배한다면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면서 지력을 증진시킬 수 있어 친환경적인 영농이 가능하리라 믿어진다.

농사가 풍년이 되면 될 수록 농업인은 함박꽃 같은 큰 웃음을 웃어야 하는데 오히려 현실은 농업인에게 주름살과 빚이 늘어나는 앙갚음으로 메아리 쳐 온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벼농사가 풍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농업인들의 얼굴은 밝지 않고 수심이 가득하다.

쌀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쌀의 재고량이 많아져 쌀값이 하락되어 결국은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업은 희망이 있는 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선진국에서는 농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 일본도 역시 농업을 포기할 수 없는 미래 생명산업으로 여기고 있다.

이제 저탄소 녹색성장은 어느 누구도 외면할 수 없고 탄소 제로, 공해 없는 청정한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도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겨울철 노는 땅에 헤어리베치, 자운영 등 녹비작물을 심어 화학비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청보리를 심어 가축의 양질 조사료로 이용하면서 전 국토를 녹색 들판으로 물들여 공익적 기능을 제공함은 물론 영농비의 절감과 신뢰받는 친환경 농업, 찾아오는 농촌 조성, 저탄소 녹색성장에 다같이 앞장을 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