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기술/작부체계

조사료 연중 생산기술

강소농 등대 2013. 6. 3. 09:00

 

조사료 연중 생산기술

 

국내 축산업은 2011년 기준으로 농업 생산액인 43조 5,233억원 중에서 40.2%인 17조 4,714억으로 40.2%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또한 소 사육두수는 2003년 약 200만 마리였던 것이 2011년에 약 340만두로 지속해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축 사료는 해외 의존도가 높아 사료용 곡물이 우리나라 쌀 생산량의 2배가량인 1,000 만톤 이상이 도입됐으며, 조사료도 전체 소비량의 17% 수준인 97만톤 가량이 수입됐다.

최근 국제 곡물 시장에서는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고,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에 따른 식량 및 사료 수요 증가로 수급 불균형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연료의 소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이에 따른 세계 곡물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곡물가격은 높은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축산 농가는 수입 배합사료의 사용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 사료 값 인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국제 곡물 사료가의 폭등 등 수급환경에 대비해 국내에서 필요한 사료를 안정되게 확보해야 한다. 한우나 젖소 경영에서 사료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므로 비싼 농후사료와 수입 조사료를 대신하여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국내산 양질 조사료를 급여하면 가축 생산성이 증대되고, 사료비도 절감시켜 농가소득의 향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농경지 면적이 협소하므로 조사료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토지 이용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생산체계가 필요하다. 그것이 겨울철 휴경 논에 월동 사료작물을 재배한 후 연이어 여름 사료작물을 재배하여 정해진 농경지에서 최대로 조사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겨울철에 재배 가능한 사료작물

겨울철 쉬는 논에 재배할 수 있는 월동 사료작물은 추위에 강하고 이듬 해 벼를 이앙하기 전에 수확이 가능한 청보리, 호밀, 귀리, 트리티케일이다. 이들은 논에 잘 적응할 뿐만 아니라 이삭에 알곡이 포함돼 있어 조사료로 이용 시 배합사료 대체효과가 매우 크다.

청보리 품종은 식용보리에 비하여 조사료 수량이 평균 30% 이상 높고 가축이 먹기에 좋도록 형태적으로도 개선되었다. 2002년 다수성인 ‘영양’을 시작으로 가축 기호성을 고려하여 이삭의 까락형태를 매끈하게 만든 ‘우호(2005)’와 까락이 퇴화되어 한층 부드러운 삼차망 ‘유연(2006)’, 그리고 유연보리의 결점인 탈립성을 개선한 삼차망 ‘유호(2008)’ 등 12개의 청보리 품종이 개발되었으며, 이들 품종들의 건물수량은 ha당 약 11톤 내외이다.

귀리는 추위에 결딜 수 있도록 내한성을 강화하여 월동 재배가 가능한 추파용 귀리 ‘삼한(2001)’ 등 9개 품종이 개발하였다. 또한 사료용 옥수수 뒷그루로 이어짓기하여 조사료의 연중생산이 가능한 여름파종용(가을재배용) 품종 ‘하이스피드(2005)’, ‘다크호스(2005)’가 개발되었으며, 건물수량은 추파용이 ha당 13∼17톤, 여름파종용이 ha당 7톤 수준이다.

호밀은 저온에서 생장력이 우수하여 전국 재배가 가능하며, 주로 사일리지용 옥수수 앞그루 또는 답리작용으로 재배되고 있다. 국내 육성 품종은 우리나라의 작부체계에 맞추어 개발된 조생종으로, 도입종보다 출수가 1주일 이상 빠르다. 2000년 이후 ‘곡우(2004)’ 등 9개 품종이 개발되었으며, 건물수량은 ha당 8톤 내외이다.

트리티케일은 호밀과 밀을 교잡한 잡종식물로서, 월동 사료작물 중에서 건물수량이 가장 높다. 자가 채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추위, 도복 등 재해에 강하며, 불량환경에서도 잘 적응하기 때문에 전국의 어느 곳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품종으로는 신영(2001), 조성(2010), 세영(2012)이 개발되었으며, 건물수량은 ha당 15∼16톤 수준이다.

 

여름철에 재배 가능한 사료작물

우리나라는 기상환경상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논에서 사료작물을 재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밭작물이 논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내습성 품종개발, 배수로 정비 등 기반이 마련된다면 겨울철보다 월등히 많은 조사료를 생산할 수 있다.

대표적인 여름 사료작물인 옥수수는 사료가치가 가장 우수한 조사료원이다. 지금까지 주로 밭에서 주로 재배가 이루어져 왔지만, 최근에는 논 재배도 시도되고 있다. 품종으로는 2000년 이후 ‘광평옥(2000)’, ‘청다옥(2010)’ 등 10개 품종이 개발되었고, 건물수량은 ha당 18톤 수준이다.

총체벼는 조사료 생산 목적뿐만 아니라 과잉된 국내 쌀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한편으로 국가 간의 식량 무기화에 대비하여 논의 생산기능 유지 등 농지를 보존할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총체 벼 품종은 ‘녹양벼(2006)’, ‘목우벼(2009)’, 목양벼(2010) 등 3개 품종이며, 건물수량은 ha당 16∼20톤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육성된 품종은 아니지만 여름 사료작물로 수수×수단그라스 교잡종도 재배방법이 간단하고 파종 지연에서 따른 수량 감소가 적어 연간 15,000ha 이상 재배되고 있다.

 

동계와 하계 사료작물 연계에 의한 조사료 생산

품질이 좋은 조사료를 많이 생산하려면 겨울작물과 여름작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시기에 알맞게 파종과 생육관리 및 수확이 이루어져야 한다.

청보리, 귀리, 트리티케일 및 호밀 등 사료용 맥류는 가을에 파종하여 이듬해 수확하는 월동작물이다. 안전 다수확 재배의 기본조건은 적기파종으로, 월동 전에 잎이 5∼6개 나올 수 있는 파종시기가 그 지역의 파종적기이다. 따라서 이들의 파종시기는 중부지역이 10월 상순∼중순, 남부지역은 10월 하순∼11월 상순이 적기이다.

이들 사료용 맥류는 수확시기가 다르다. 물론 곡실이 함유된 작물의 특성상 수확을 늦게 할수록 수량과 사료가치가 올라가지만 논에 재배할 경우 벼의 이앙시기를 고려해서 수확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호밀은 이삭이 나온 직후(4월 하순∼5월 상순), 청보리는 이삭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시기인 황숙기 초기(5월 25일∼5월 30일), 트리티케일은 출수후 30일(5월 25일), 귀리는 출수후 30일(6월 5일) 경에 수확이 이루어진다.

사료용 맥류를 수확한 논에 여름작물로 사료용 총체벼나 옥수수 및 수수×수단그라스 교잡종의 재배가 가능하다. 총체벼는 식용으로 사용되는 일반 벼의 이앙시기와 같다. 옥수수는 각 지역에서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가 파종적기이고, 파종이 늦어질수록 수량이 떨어진다. 수수×수단그라스 교잡종은 수원에서 5월 15일 경에 파종적기이며,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파종이 늦을수록 수량이 감소하나 옥수수에 비해 감소폭이 적은 편이다. 다만 봄에는 너무 일찍 파종할 경우 발아소요일수가 길어져 간혹 발아가 불량할 뿐만 아니라 잡초가 많이 발생한다. 겨울작물을 수확하고 이모작으로 여름작물을 파종할 때 겨울작물은 생산성을 고려하여 조생종으로 하는 것이 좋다.

옥수수는 수분함량이 62∼65%인 황숙기에 수확하면 양질의 사일리지를 담글 수 있다. 너무 일찍 수확하면 양분 축적양이 떨어지고, 너무 늦게 수확하면 암이삭이 떨어지고 줄기와 잎의 건조로 인해 양분 손실이 크다. 수수×수단그라스 교잡종은 개화기가 수확적기이며, 늦게 수확하면 식물체의 목질화가 심해 가축의 소화율이 떨어지고 가축이 이용하는 양분도 적다. 대체로 옥수수나 수수×수단그라스 교잡종은 8월 중순경에 수확한다.

여름 사료작물의 수확이 끝난 8월 중순부터 겨울 사료작물의 파종시기인 10월 중순∼하순까지는 2달 반 정도의 틈새가 발생한다. 이때는 가을재배용 귀리인 ‘하이스피드’나 ‘다크호스’ 또는 도입종인 ‘스완’을 재배하여 조사료 생산이 가능하다. 가을재배는 생육기간이 짧지만, 귀리는 생육속도가 매우 빨라 추파나 춘파 재배 못지않게 수량을 올릴 수 있다.

이와 같이 겨울작물과 여름작물, 그리고 자투리기간 등을 잘 활용할 경우 한 농경기에서 3모작의 조사료 생산이 가능하며, 농가는 ha당 100톤 이상의 양질 사일리지를 얻을 수 있다.

 

맺음말

우리의 축산업은 소고기의 대외경쟁력 강화, 축산으로부터 국토의 보전,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배가시켜 10년 후에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 환경적 가치가 균형 있게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 선행조건이 자력에 의한 조사료의 안정적 확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농가에서는 농경지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조사료 생산체계의 도입을 통한 생산효율을 극대화 노력이 필요하며, 이 추진의지는 조사료의 안정적 수급, 가축 사양비 절감 및 고능력의 가축 생산 등에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자료제공 : 국립식량과학원 전작과 농업연구사/농학박사 한옥규(031-290-6757)